납읍리 마을제

제주시의 서부지역에 있는 애월읍 납읍리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전통적인 마을제로, 포제라고도 한다.

제주시의 서부지역에 있는 애월읍 납읍리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전통적인 마을제로, 포제라고도 한다. 납읍리는 전형적인 중산간마을로 7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과거급제자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한 바 있는 전통적인 유림촌(儒林村)이다. 이에 따라 민간신앙 제의 역시 유교적 색채가 강한 것이 특징이며, 납읍리 포제가 남성 중심의 마을제로 전승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엽 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효종 4년(1653년)에 편찬한 이원진의 **탐라지(耽羅誌)**에 ‘포신묘’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조선 중엽인 1600년경 이후부터 포제가 전승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마을제의 특색은 ‘송당리 마을제’처럼 여성들이 주관하는 무속식 마을제와 납읍리와 같이 남성들이 주관하는 유교식 마을제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중엽 예학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무속 중심의 마을제에서 분리, 독립하여 유교식 포제로 전환하여 오늘날까지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포제는 마을의 독립성과 주민의 유대강화뿐만 아니라 결속력을 키우는 공동체 신앙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다.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는 향교의 석전제(釋奠祭)를 기본 틀로 하는 유교적 의례 방식에 따라 마을의 남성들에 의해서 여러 가지 준비와 제의가 거행된다. 예전에는 일 년에 2회, 봄에 지내는 춘제와 가을에 지내는 추제가 있었으나 30여 년 전 마을회의 결의로 추제는 폐지되었다. 제를 지내는 날은 음력 정월 초정일(初丁日)이다. 이날 마을에 부정한 일이 생겨 제를 치르지 못하면 중정일 또는 해일(亥日)에 한다. 마을에 부정한 일이란 사람이 죽는 일, 피를 보는 싸움이 나는 일 등이다.

제의 대상은 토신(土神), 포신(酺神), 서신(西神) 이렇게 3신위이다. 토신은 마을의 수호신이요, 포신은 객신(客神)으로 인물재해지신(人物災害之神)이다. 서신은 서역에서 들어온 마마신으로 홍역을 말한다. 다만, 홍역신은 홍역이 발생한 경우에만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제를 지내는 곳은 마을 금산공원 안에(납읍리 1457-1) 있으며 상록수가 울창한 공원 한가운데에 돌을 쌓아 울타리를 두른 곳에 포신단, 토신단, 서신단이 들어서 있다. 제장 정면(북쪽)에는 서신단과 토신단이, 오른쪽에 포신단이 각각 배치되어 있으며, 제단의 상석은 자연석으로 되어 있고 상석 끝쪽에는 지방을 써 붙일 수 있도록 비석 모양의 작은 돌을 각각 세워 놓았다. 제청 건물은 제장 남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동서 길이 8m, 남북 길이 15m 정도 규모이다. 서신단 왼쪽에 망료위가 있다.

연말이 되면 포제 준비를 위한 ‘포제향회(酺祭鄕會)’를 열어 제향비, 제청, 즉 제관들이 합숙 재계(齋戒) 할 집, 제의 준비 그리고 제관 선출 등을 논의한다. 향회는 향장이 주관해오다가 향장제가 없어지면서 마을 이장이 각 동장의 협조 아래 회의를 소집 주관하고 있다. 이 향회에서 제관 선출과 제비 결산 등을 한다. 제비는 마을의 기금 또는 마을 주민의 부조금, 이장, 동장, 유지들의 찬조금으로 충당한다. 제관은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집례, 대축, 찬자, 알자, 봉향, 봉로, 봉작, 전작, 사준, 전사관 등 13명을 선정한다. 전사관은 정식 제관이 아니라 제물 관리만을 담당한다.

헌관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고령자가 선출되어 왔지만 현재는 마을 이장이 초헌관을 맡고 있다. 집례는 예절과 제법을 잘 아는 자로 선출하며, 대축은 축을 쓸 수 있고 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정한다. 소제관(알자 이하 하제관)은 원래 결혼한 사람만이 선출되었으나 현재는 미혼자도 맡고 있으며, 제관들은 제일 하루 전에 제청에 입재해 합숙한다. 입재 전후에는 온 정성을 다하여 불상사가 없도록 한다. 시체를 보지 않아야 하고, 개고기 따위를 먹지 말아야 하며, 비늘 없는 고기로 만든 음식 등은 삼간다. 정월 정일 자시가 되면 각 제관은 청금(靑衿)에 유건을 쓰고 집례가 부르는 홀기(笏記)에 따라 제례를 진행한다. 홀기에 따른 제의는 ‘전폐례 ==> 초헌례 ==> 독축 ==> 아헌례 ==> 종헌례 ==> 철변두 ==> 망료예’ 순으로 진행한다. 이때 신위가 3위이므로 전폐례 이하 각 예를 각 헌관이 포신, 토신, 서신 순으로 행하여 원 위치로 돌아온 뒤 4배를 행함이 조금 다른 사항이다.
축문의 내용은 우측과 같다.

제물은 제일 전날인 병일(丙日)에 준비하여 정일 자시가 가까워지면 제단에 진설을 행한다. 제물 품목은 도량서직(稻粱黍稷, 벼와 기장) 네 가지 메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양(梁) 대신에 벼를 올리고, 서(黍)와 직(稷) 대신에 차좁쌀메 등 두 그릇을 올린다. 희생은 돼지 전마리를 올리는데 동네에서 기르던 흑돼지를 골라 털을 뽑고 내장은 꺼내어 통째로 올린다. 돼지의 털과 피 한 접시를 담아 ‘모혈(毛血)’이라 하여 준비한다. 폐백(幣帛)은 명주와 백지를 쓴다. 3신위 몫을 준비하면서 명주는 7자, 백지는 한 권을 각각 올린다. 실과류는 밤, 대추, 비자, 유자, 사과 등을 쓰며, 제주(祭酒)는 감주를 예주로 사용한다. 해어(海魚)는 마른 명태와 생조기를 올리며, 채소류는 무채(菁根), 고사리, 미역을 올린다.

제를 지내는 시간은 자정이며 날씨에 관계없이 치러지는데 여성은 참여할 수 없다. 제가 끝나면 희생으로 썼던 돼지를 잡아 제관과 참가자들이 나누어 먹으며 마을의 어르신들 집에도 돌린다. 이를 ‘각반분식’이라 한다. 이때 마을제에 대한 평가도 하고 마을의 여러 문제를 논의한다. 납읍리 마을제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전통적 제의로서 1986년 4월 10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보존 전승되고 있다.


참고문헌
  1.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제주의 문화재**, 1998.
  2.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화산섬 제주 문화재 탐방, 2016.
  3. 납읍리 마을회, **납읍리 마을제**,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