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제주 방선문 암석에 새긴 마애명, 책자로 발간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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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방선문, 한라산 신선을 찾아서’ 출간
2025. 12. 16. 국민일보(문정임 기자)

제주시 오라동 방선문 일대에서 탁본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제주시 오라동 제공
제주시 오라동이 방선문 계곡 암석에 새겨진 마애명(磨崖銘)을 사진과 탁본으로 기록한 ‘방선문, 한라산 신선을 찾아서’를 발간했다.
방선문은 제주시 오등동 한천계곡에 형성된 자연교(바위 아치)를 중심으로 한 계곡 지형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승지다. 계곡 곳곳의 바위에는 방문자의 이름과 시구 등을 새긴 마애명이 남아 있다.
특히 방선문 일대는 제주의 12경을 뜻하는 영주12경 중 하나로, 봄놀이의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선문 마애명은 오랜 풍화로 글자 식별이 어려워지고 있어 보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책은 마멸된 글자를 탁본과 정밀 실사로 복원하고, 계곡의 숨은 비경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적 가치를 높였다.
특히 우선대(遇仙臺)에 새겨진 시의 첫 구를 기존 연구에서 ‘踏破險巖路(답파험암로)’로 해석한 것과 달리, 이번 발간에서는 탁본 분석을 통해 ‘踏盡危巖路(답진위암로)’로 새롭게 고증했다.
그동안 도민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추사 김정희의 ‘영천(靈泉)’ 글씨도 선명하게 수록했다.
2022년 안전 문제로 계곡이 폐쇄되기 전까지 진행된 방선문 축제의 모습과, 1906년 학무대신으로 제주를 방문한 이완용이 남긴 글씨를 해방 후 주민들이 지워버린 흔적 등 지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기록도 포함됐다.
다만 이완용의 글씨는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제주도가 2017년 작성한 ‘제주 방선문 종합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에 언급돼 있으나 역사적 사실로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동 관계자는 “이번 발간이 사라져가는 향토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후대에 전승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