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BS] 해녀의 숨이 노래가 될 때… 제주오페라연구소 ‘해녀 수덕’, 서울에서 부르는 바다의 기억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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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다와 여성의 삶, 그리고 공동체 회복을 오페라로 풀다
16일 강북소나무홀에서 공연
2025. 10. 14. JIBS
“바다가 다시 숨을 내쉬는 밤.”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 무대가 16일, 제주 바다의 호흡으로 채워집니다.
제주오페라연구소가 선보이는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이 리바운드 페스티벌(RE:BOUND FESTIVAL) 공식 초청작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해녀’를 중심에 두고, 인간과 자연, 여성과 공동체의 관계를 예술로 다시 묻는 작품입니다.
“모든 상처를 품어주는 바당의 품으로.”
짧은 문장이지만 이 공연의 방향을 명확히 말해줍니다.
바다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품으며, 결국 다시 살아가게 하는 공간으로 등장합니다.
■ 해녀의 숨, 인간의 이야기로 이어지다
‘해녀 수덕’은 한 개인의 서사로 출발하지만, 그 끝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수덕’은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배우며 살아온 인물로 가족과 마을, 공동체 속에서 부딪히며 성장합니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생존의 기록이며, 그 생존은 곧 예술이 됩니다.
음악은 제주 민요의 리듬 위에 현대적 화성을 얹었습니다.
해녀의 숨소리, 파도의 울림, 바람의 떨림이 선율이 되고 그 리듬은 인간의 내면으로 스며듭니다.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관객은 바다의 리듬 속에 잠긴 인간의 감정을 듣게 됩니다.
‘해녀 수덕’ 지난 6월 서귀포예술의전당 공연 포스터 일부.
■ 제주의 예술, 서울에서 새로 숨 쉬다
이번 공연은 2025 지역대표 예술단체 선정작으로 RE:BOUND FESTIVAL을 통해 서울 관객과 만납니다.
지역 예술이 서울의 중심 무대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호흡한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오능희 제주오페라연구소 소장은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며 제주 여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해녀 수덕’을 제주의 역사와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예술, 그리고 브랜드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관객에게 해녀는 멀리 있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그런 거리를 좁힙니다. 그들의 노동, 연대, 상처, 그리고 회복의 서사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 무대 위에 오른 현실의 목소리
공연에는 수덕 역 최윤정, 난새 역 장지애, 춘심 역 원상미, 양씨 역 강동명, 할마님 역 김선형, 이장 역 김성국이 함께합니다.
피아노 이미나와 어린이 합창단 ‘노래하자 춤추자’가 참여해 무대의 결을 한층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실제 해녀(전유경)가 무대에 올라 극의 언어와 현실의 삶을 잇는 다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한마디, 짧은 숨결 하나가 공연의 온도를 바꿉니다.
예술과 현실이 맞닿는 순간, 관객은 공연이 아니라 ‘증언’을 마주하게 됩니다.
독도 몽돌해안에서 물질 시연을 하는 제주해녀. (제주도 제공)
■ 바다와 인간, 그리고 예술의 윤리
‘해녀 수덕’의 무대는 바다에서 시작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 여성과 사회가 맺어온 관계를 되짚으며, 예술이 인간의 상처를 어떻게 감싸왔는지를 묻습니다.
예술은 꾸밈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통로입니다.
바다는 인간의 시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해녀의 숨은 그 시간을 세상 위로 건져 올립니다.
공연은 1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에서 열립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유료 공연으로 바다의 이야기가 인간의 목소리로 번져 나올 예정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조명은 천천히 꺼집니다.
홀 안에는 한순간 정적이 감돕니다.
그건 침묵이 아닙니다.
아직 다 말하지 못한 바다의 호흡, 그리고 이렇게 귓가에 다가오는 질문일지 모릅니다.
“당신은, 서로의 숨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