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해녀


정의

정한숙이 《문학예술》 1964년 5월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


내용

정한숙(1922~1997)의 <해녀>는 해녀들의 절실한 삶과 운명을 담아낸 소설이다. 해녀가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작품의 배경이 꼭 제주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한숙이 여러 차례 제주를 방문한 바 있고 <석비>(1959. 11.), <이여도(IYEU島)>(1960. 12.), <귤밭 언덕에서>(1968. 11.) 등 제주도를 무대로 삼은 작품을 발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녀> 역시 제주도 관련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설사 그 배경이 제주도가 아닌 남해안의 어느 섬이라고 하더라도 출가물질 작업하던 제주해녀가 거기에 정착한 경우일 것이기 때문이다.
열아홉 살의 주인공 ‘효순’과 스물다섯 살인 그녀의 언니 등 마을 여성들이 이 작품에 나오는 해녀들이다. 작년에 세상 떠난 어머니도 평생 해녀로 살았다. 어머니는 남편 셋을 바다에서 잃었다. 첫 남편은 아들과 함께 한배를 타고 나가 죽었고, 두 번째 남편인 언니의 아버지도 그러했으며, 세 번째 남편도 효순을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뱃일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언니(큰딸)가 뱃사람인 형부와 결혼할 때도 극구 만류했었다. 결국 형부도 4년 전 언니가 임신한 상황에서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못했다. 마을 해녀들의 형편이 대부분 비슷했기에 뱃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상황이다.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형부를 모두 바다에서 잃은 효순은 뱃사람인 ‘성균’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배를 그만 탈 것을 조건으로 내세워 몸을 허락한다. 그러나 성균은 끝내 뱃일을 나가고 효순은 성균을 기다리면서 다시 물질 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 마을의 해녀들은 누구에게 잠수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다. 물질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바닷가에서 놀다가 바닷물로 들어가 조개도 줍고 소라딱지도 집어 올리면서 점차 해녀로 입문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 효순은 능력 있는 해녀로 성장했다. 언니를 비롯한 다른 해녀들은 돌섬 부근에서 물질을 하는데 더 멀리 떨어진 데다 험한 환경의 제비섬에 혼자 가서 작업을 한다. 큼직한 문어와 방어까지 잡았다. 하지만 제비섬에 다녀온 후 힘이 많이 빠졌다. 그런데도 언니네 따라 다시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제 불에 몸을 녹여야 했다. ‘불턱’이란 표현은 없지만 “효순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불 옆으로 갔다. 몸을 쪼여 녹여야만 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싸늘해진 몸은 좀처럼 녹아내리질 않았다./ 물속에서 나오는 해녀마다 불 앞으로 가까이 온다. 푸릇푸릇 멍이 든 것같이 번들거리는 그녀 들의 피부는 장어 껍질 모양 멀건 빛이다./ 그녀들은 선창으로 돌아가기 전 될 수 있는 대로 여기서 몸을 말려 둬야 했다. 불에 몸을 쪼인다는 것은 그냥 몸을 말린다는 그것보다도 그녀들로선 그것이 피곤을 푸는 유일한 방법이었 던 것이다.”처럼 불턱의 기능을 말하고 있다.
[특징과 의의] 이 소설에는 해녀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 보인다. “어머니의 탯줄에서 떨어진 우리들은 바닷물에서 배꼽이 야물었고 가시 같던 잔뼈는 바닷물 속에서 산호가지 모양 살쪄 올라 피부는 이젠 고기비늘모양 탄력이 생겼다.”는 부분이라든가 “마을 아낙네들이 수경을 쓰고 헤엄 치며 지나갔다. (…) 수경은 어안魚眼, 팔과 다리는 지느러미……./ 틀림없이 그것은 바다고기 못지 않는 고기떼였다.”라는 부분을 보면 해녀를 뭔가 다른 세계의 존재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풍긴다. 이는 물론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당차게 살아가는 해녀의 강인성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한숙의 <해녀>에는 해녀의 절실한 삶이 운명적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그러기에 해녀들은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가면서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참고 문헌

김동윤, 《4·3의 진실과 문학》, 각, 2003.
김동윤, 《제주문학론》,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8.
김영화, 《변방인의 세계: 제주문학론》, 제주대학 교 출판부, 1998.


필자

김동윤(金東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