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키나와의 투쟁의 기억: 까마귀와 소라게 이야기
문학 > 현대문학
탐라문화 31호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사적인 문맥에서 유사점이 많다. 즉 한국과 제주도, 일본과 오키나와의 관계는 양쪽 모두 중심과 주변의 관계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심과 주변의 관계성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을 전후하여 제주도와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비참한 싸움, 이른바 ‘4.3봉기’와 ‘오키나와전투’를 통해 더욱 아프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이 투쟁의 기억은 역사 밖으로 내몰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꺼져 가는 이 투쟁의 기억을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환기시킨다.
본고에서는 김석범(金石範)의 『까마귀의 죽음』과 메도루마 슌(目取真俊)의『혼 집어넣기』라는 작품을 통해 투쟁의 기억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두 작품은 문학적인 차원에서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작품 모두 ‘까마귀’와 ‘소라게’라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메신저를 통해 참화의 기억을 소생시키려한다. 이는 근대가 할퀴고 간 참화의 기억을 제주도와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전근대의 소박한 신앙으로 치유하려는 간절한 바람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