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 산파와 출산》을 들여다 보다
-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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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내우는 할망에서 조산사까지’
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 산파와 출산》을 들여다 보다
□ 제주의 출산문화를 들여다 보며 그 속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이들에 관해 정리한 책이 나왔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완병)가 발간한 제주학총서 76 《제주의 산파와 출산》이 바로 그것이다.
□ 과거 제주의 ‘애기 내우는 할망’ 등은 의료 지식이 없이도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애기어멍(아기엄마)’을 도왔다. 산모가 ‘애깃베맞출(진통할)’ 때부터 같이 힘주다가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ᄀᆞ세(가위)’로 ‘배또롱줄(탯줄)’을 잘라 주었고, ‘애기방석(태반)’이 다 떨어져 나올 때까지 산모 배를 쓸어 주며 출산에 지친 산모를 살뜰히 살폈다. 변변한 대가도 없이 그저 아기가 돌이 되었을 때 감사함을 표하러 온 아기 엄마로부터 먹을 것을 조금 받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 의학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고등 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겸 조산사가 지역 내에 조산원을 개업해 출산 관련 일을 보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에 정식 면허는 없지만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동네에서 이름 있는 산파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분만 시 산실 기능을 했던 ‘보리낭(보릿짚)’을 치우고 그 자리에 비닐 등을 깔았으며, 소독한 용품이 담긴 분만 도구를 들고 다녔다. 출산율이 높던 시기, 하루에 많게는 여덟 명 이상의 아기를 받아냈다. 간혹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더라도 봉사 정신과 소명 의식으로 일했기에 조산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제주에는 조산원이라 불리는 곳은 제주시 오라동에 단 한 곳만이 남아 있다.
□ 이 책은 제주학연구센터의 <제주어와 제주 전통문화 전승 보전 사업> 연구진이 ‘제주의 산파와 출산의례’를 주제로 조사한 자료를 재구성하여 <‘애기 내우는 할망’과 기억 속 출산 이야기>, <‘간호사, 언니, 조산사’가 들려주는 출산 이야기>, <‘삼스랑할망, 산파’와 함께한 출산 이야기> 등 3장으로 엮은 것이다.
□ <‘애기 내우는 할망’과 기억 속 출산 이야기>에는 제보자 가운데 최고령이자, 신흥리의 유명 인사인 김갑생 씨, ‘애기 내우는 할망’의 딸 정희선 씨의 구술을 담았다. 이 자료를 통해 1940년대 전후 제주 여성의 임신에서부터 출산의례 과정, ‘애기할망’의 역할 등과 함께 출산과 관련한 다양한 제주어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다.
□ <‘간호사, 언니, 조산사’가 들려주는 출산 이야기>에는 전문적인 의료 기술을 갖추고, 병원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산사, 산파를 했던 김영희, 김매자, 홍정자, 김순선 씨의 구술이 정리되어 있다. 특히 제주 조산계의 전설인 김영희 씨와 우리나라 조산사 중 보물 같은 존재인 김순선 씨 편에서는 조산사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조산원을 운영하며 겪은 수많은 일화를 엿볼 수 있다.
□ <‘삼스랑할망, 산파’와 함께한 출산 이야기>에는 앞서 다루었던 ‘애기 내우는 할망’과 ‘산파’를 만난 김옥자, 박순자, 장희숙ㆍ김일선 씨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제주학연구센터는 이 책을 발간하며 제보자별 구술 내용을 다듬고, 제보자 정보 요약, 표준어 대역, 제주 어휘 이해에 도움이 되는 각주 등을 함께 제시하여 제주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꾸몄다고 전했다.
□ 이 책 《제주의 산파와 출산-애기 내우는 할망에서 조산사까지》는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아카이브(http://jst.re.kr/jejustudiesDetail.do?cid=080100&mid=RC00096547)를 통해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 한편, 제주학연구센터는 2019년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제주의 전통문화와 관련 전승자를 대상으로 연차별 조사를 실시하여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 나아가 소멸 위기의 제주어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올해는 <제주의 혼례문화-20세기 제주의 결혼 정보 회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제주의 전통 혼례와 함께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 큰 역할을 했던 전승자들을 중심으로 현지 조사를 실시하여 제주어와 제주 전통문화의 기초 자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 문의: 제주학연구센터(064-900-1829)